윤병주와 지인들-거리 (Feat. 이정선)《가사/듣기》

Posted by 호루개
2020. 2. 22. 13:10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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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주와 지인들-거리 (Feat. 이정선)

윤병주와 지인들이 새 그룹을 이끌고 내놓은 첫 신곡 이정선의 " 거리 "를 리메이크 발표했다.

윤병주와 지인들-거리 바로듣기

윤병주와 지인들-거리 가사

말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말을 듣는 사람은 없으니

아무도 듣지 않는 말들만이

거리를 덮었네


웃음 짓는 얼굴은 많아도

마음 주는 사람은 없으니

아무도 받지 않는 웃음만이

거리를 덮었네

윤병주와 지인들-거리 (Feat. 이정선)

한국 인디록의 레전드가 포크/블루스의 전설에게 바치는 트리뷰트 “윤병주와 지인들”의 [거리]



기타리스트 윤병주가 음악을 대하는 마인드는 독특하다. 대개의 뮤지션들이 장르를 중심으로 음악을 접근하는데 반해, 그는 음악을 DNA로 접근한다. 많은 이들이 그를 블루스 록 뮤지션으로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엄밀히 그는 장르로써의 블루스 뮤지션이 아니라 록 음악에 면면히 흘러내려온 ‘블루지함’의 맥락을 탐구해온 사람이다.

윤병주가 새 그룹을 이끌고 내놓은 첫 신곡이 이정선의 리메이크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다운 30”의 윤병주가 옛 가요를 커버한다고? 하지만 그 의아함이 납득으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해바라기의 리더로 한국 포크 음악을, 신촌 블루스를 통해 한국 블루스 음악을 개척한 언더그라운드의 대부 이정선. 가요보다는 서구의 록과 가깝다고 여겨져 온 윤병주이지만 만약 그가 한국 뮤지션으로서 영향 받은 가요에 존경심을 표한다면 이정선 만큼 그의 DNA와 통하는 인물이 또 있을까?


‘지인들’의 면모는 화려함보다는 개방성과 관용성이라는 수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모두 다른 음악 씬에서 활동해왔던 연주자들. 인디 소울 밴드 “소울트레인”의 리더 곽경묵(기타), 재즈클럽 ‘에반스’의 하우스 밴드와 “사랑과 평화”를 거친 전상민(키보드), “김창완 밴드” 멤버로 블루스 뮤지션 김목경 등과 활동한 바 있는 최원식(베이스), 그리고 인디 밴드 “빌리카터”와 “그레이트볼스”의 이현준(드러머). 블루지한 하드록을 추구하는 윤병주와 이들의 조합은 언뜻 생경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면면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블루지하고 소울풀하며 훵키한 DNA를 떠올린다면 이 역시 납득 가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첫 합주인 [거리]는 이정선의 레퍼토리 중에서도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곡. 도회적이면서도 70년대 초반 특유의 히피즘이 녹아있던 원곡은 “윤병주와 지인들”에 의해 느긋하면서도 복잡미묘한 그루브를 가진 록 사운드로 재탄생 되었다. 원곡의 포크적인 느낌은 우주적인 효과의 키보드와 디소넌스(불협)가 불안하게 떠도는 사이키델릭한 편곡으로 한층 진하고 괴팍해졌다.


곡의 마지막 2분여를 장식하는 연주는 이 곡의 백미로, 마치 그레이트풀 데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두텁고 짙은 텍스쳐를 자랑한다. 타이트하게 짜여진 편곡 대신 잼 스타일의 합주라는 방식을 택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굳이 창작곡 대신 가요의 명곡을 첫 곡으로 내세운 그들의 의도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이 곡을 일종의 첫 ‘잼’의 장으로 삼아 멤버들이 가진 상상력과 확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3절에 깜짝 등장하는 이정선의 보컬 피쳐링은 ‘맥’을 잇고자 하는 후배들의 시도에 대한 그다운 리스펙트의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윤병주와 지인들”의 [거리]는 이전까지 그의 음악이 늘 그래왔듯 한국 대중음악 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시도로 남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다름’은 어디까지나 음악을 진득하게 듣는 이들에게만 중요하게 다가올 덕목이다. 온갖 종류의 ‘말’이 음악보다 더 앞선 음악계에서 늘 방향성과 맥락 있는 음악들로 진득한 뮤지션십을 드러내는 그의 태도는 그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음악평론가 김영대


윤병주와 지인들-거리 (Feat. 이정선)《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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