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심규선)-IVORY《가사/듣기》

Posted by 호루개
2020. 4. 20. 18:28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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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심규선)-IV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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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심규선)-IVORY 가사

그대는 상아빛 사월의 달밤에 

저 홀로 피는 꽃 같아요

어느 누구를 향해서 그렇게 

흐드러지도록 피어있었나요

 

그대의 두 눈에 어리는 사람이 

누군지 알기는 싫어요

아마 용서치 못 할 것 같아요 

지금도 이렇게 미워하니까요

 

한 잎 한 잎 또 잃어 가고 있어요

두 손이 아릴 때까지 쥐고 있던 꽃잎

봄은 주춤대듯 망설이듯 너의 운율을 따라

사위어 가고

루시아 (심규선)-IVORY

밤 산책을 했습니다.

뉴스에서 내내 떠들길,

연중 가장 큰 달이 뜬다는 밤이었습니다.



창가에서 달을 찾아보다가 

홀린 듯 집을 나선 뒤에

혼자 밤의 공원을 걷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고 낮처럼 환한 밤이었습니다.

난생처음 달을 바라보며 

눈이 부시다고 느꼈습니다.

사월의 달밤이 너무 눈부셔서 

나의 어둠도 고독함도 달빛 아래 

모두 덧없고 무색했습니다.

돌아갈 길을 생각지 않고 걷다 보니 

어느 만개한 목련 아래 다다랐습니다.

사람이 보아달라고 피는 꽃은 아닐진대

그만 거기에 발이 묶였습니다.


어째서 사람은 아름다움에 굴복하며

이토록 아름다움에 약한 것일까.


나는 달빛이 꽃잎을

상아색으로 물들이는 걸 지켜보면서,

귓볼이 다 얼 때까지

오래오래 거기 서 있었습니다.

당신의 안위를 생각했습니다.


오늘 수많은 상실감이 우리를 텅 비게 하고

온갖 두려움 속에서 매일 뒷걸음질 쳐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런 마음을 

잊어버리지만 않으면 돼.

당장은 만지고 볼 수 없고

당장 손에 쥔 것이 없어도.


나처럼 혼자 걷던 당신에게

우연히 발견되어

찰나만큼 짧은 순간이라도

우연히 황홀하기를,


봄에 속한 아름다운 것들을 빌려

이 노래를 썼습니다.

상아빛 사월의 달밤을 

함께 접어 보냅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루시아 (심규선)-IVORY《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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