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가사/듣기》

Posted by 호루개
2022. 10. 12. 19:52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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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

슬리핑포엣 (Sleepingpoet)이 디지털 싱글 " 사랑병 " 을 발표했다.

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 바로듣기

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 가사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니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니 생각에 나는 미친 것 같아
이런 내 병을 알고 있을까

만일 이게 끝이 아니면
만약 이게 끝이 아닌 거라면
부질 없는 상상에 나를 맡긴다

바보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어

하루하루 니가 없단 생각에
나는 점점 더 아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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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게 끝이 아니면
만약 이게 끝이 아닌 거라면
부질 없는 상상에 나를 맡긴다

그게 사랑이다 그게 이별이다
그게 아픔이다 그게 추억이다

제발 돌아와줄 순 없는 건지
나를 구원해줄 순 없는 건지

사랑해 너를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

슬리핑포엣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난 건 2015년 어느 날이었습니다. 정장이 어울리는 모습, 훤칠한 키에 세련된 말투를 쓰던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묻어 있는 태도로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그는 앨범 프로듀서인 제게 몇 개의 멜로디와 악보를 보여주며, 이 멜로디들을 음반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직장인이고 넉넉하진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작곡가의 꿈을 품고 하나씩 써왔던 멜로디들이 너무 많이 쌓여 버렸다며, 수백 곡에 달하는 악보들을 자기가 죽기 전까지 과연 세상에 모두 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무척 초조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써 놓은 곡들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모두 작업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였습니다. 너무 큰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용돈을 아껴서 하나씩 내놔야겠다며 순서를 정해 한 두 곡씩 제게 들고 왔습니다.

그가 곡을 들고 올 때마다, 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40대 중반이었던 그가 고등학교 때 직접 그렸다는 수십 년 된 악보를 보여주며 그 곡의 의미를 설명해줄 때, 저는 제 음악에 대한 프라이드를 모두 내려놓고 그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진지함은 프로뮤지션인 내 것보다 훨씬 위대했습니다.

그렇게 2015년부터 2021년까지 20여 곡을 작업하며, 우리의 음악 여정은 계속되었습니다. 때로는 노래를 불러줄 객원 보컬을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몇 달 동안 풀리지 않는 발성을 연습해가며 음색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편곡이 더 어울릴까 함께 고민도 했고, 같이 머리를 맞대며 믹싱을 수정해 나가기도 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녹음하고, 연습하며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젠가 함께 강남에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갔을 때의 그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기꺼이 내어준 의자에 앉아서 좋은 스피커로 본인의 곡을 들어보던 그의 눈빛은 놀이동산에 온 아이 같은 행복함이 가득했었습니다.

많은 곡들을 갖고 언제나 조급했던 그가 큰 돈을 끌어와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애써 말렸습니다. 돈으로 해결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면서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했습니다. 시간은 우리에게 충분하니, 길게 보고 프로듀싱을 공부해서 궁극적으로는 내 도움이 없이 음악을 직접 완성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는 내게 말했습니다.

“실장님,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어느 날 나를 찾아온 그는 직장을 옮겼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직장이 될 것 같아서 이직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점점 더 바빠지는 회사일 속에서, 그는 많이 지친 표정으로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와 컨트롤룸 쇼파에 털썩 앉아 부족한 시간과 음악에 대한 갈증을 언제나 내게 토로했습니다. 우리는 밤이 깊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평생 음악을 하게 될 거니까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다며 무리하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고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고 그를 달랬습니다.

그렇게 2021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예전에 작업해두고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아서 묵혀 둔 곡 ‘사랑병’을 발매해야겠다며, 긴급하게 녹음을 진행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그 날 우리는 녹음 약속을 잡고 만났습니다.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그는 너무나 무덤덤하게 내게 말했습니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얼마 없게 돼버렸어요. 검사결과를 받았는데 췌장암 말기래요. 의사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네요. 생존율도 무척 낮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담담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걱정이 아닌, 남은 곡들을 세상에 내놓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그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말했던 내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그의 삶이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고 버텨냈는데, 이렇게 떠나야 하는 그의 인생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많다고 수없이 말했던 내 자신이 너무 미안하고 한심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엉엉 울면서 녹음을 끝냈습니다. 그는 노래를 잘 하진 못했지만 잘 마무리해달라고 부탁하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항암치료를 들어가기 전날, 그는 내게 물었습니다. 조금 모아둔 돈이 있는데, 혹시 곡을 골라 놨다고, 내 마지막 정규앨범을 작업해줄 수 있냐고, 턱없이 모자란 돈인 건 알지만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건 병을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말이니까, 병을 이겨내고 돌아오면 최고의 세션들과 함께 최고의 퀄리티로 완성시켜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가 아는 그는 너무나 강인한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암을 이겨낼 거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말에 용기를 얻고 투병을 시작했습니다.

격하고 힘든 항암치료 중에도 그는 인스타그램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새로 나올 싱글 앨범의 홍보글을 올리고 커피 한 잔을 찍어서 포스팅하고 내게 평소처럼 안부를 물었습니다. 멍청한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그의 건강이 좋아지고 있나 보다 생각하고, 정신없는 나의 삶에 쫓기며 일상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요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힘들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연락이 끊기고, 카톡엔 답신대신 낯선 부고장이 날아왔습니다.

2022년 9월, 그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누구보다 진지하고 평생을 음악을 위해 살아온 위대한 뮤지션이었던 그를. 남겨진 사람 그 누구도 뮤지션으로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참 싫습니다. 그의 장례식에 왔던 사람들은 그를 뛰어난 팀장이자 멋진 형, 든든한 가장으로 기억하겠지만, 나는 서 팀장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는 내가 봐왔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위대한 뮤지션이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슬리핑포엣에게 끝없는 미안함과 애도를 전합니다.

- 2022.09.25 음악 프로듀서 왕두호

 

Sleepingpoet (슬리핑포엣)-사랑병《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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