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스-시대상 [가사/듣기]

Posted by 호루개
2023. 1. 20. 22:35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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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스-시대상

The SCREENS (스크린스)가 첫 EP 〈시대상〉 을 발매하고 동명 타이틀곡 " 시대상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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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스-시대상 가사

농담에 서툰 이는 고된 시간을 보낼 새벽이 오네
쌉쌀한 에일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바람이 부네

오늘 아침 나선 길
주운 수첩엔 이름 모를
이의 사적인 생활이
낱낱이 기록돼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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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oh
연고 없는
이의 이야기
낯설지가
않게 느껴지네

농담에 서툰 이는 고된 시간을 보낼 새벽이 오네

스크린스-시대상

록과 일렉트로니카의 유의미한 교집합 - The SCREENS의 첫 EP 〈시대상〉 발매에 부쳐
스크린스. 언뜻 보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The + 복수의 명사”로 된 밴드명인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름에는 스크린스 음악의 내용과 형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복수의 화면, 아마 그 화면에는 두 개의 영사기가 고유한 색채와 움직임을 토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신디사이저 연주자이자 프로듀서인 고주환이라는 영사기이며 다른 하나는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정기훈이라는 영사기이다. 이를 시퀀싱을 중심으로한 일렉트로니카적 사운드와 위태로운 실존을 전달하는 흔들리는 록 기타의 결합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매우 거친 분류이지만, 락과 팝, 힙합을 위시한 대중음악 장르들이 전자음악을 자신들의 논리로 끌어들이고 그것이 일렉트로니카로 승화될 때 일련의 추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60-70년대 신디사이저는 지금은 빈티지해진 당시의 SF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수단이었으며 80년대 이후엔 댄스플로어를 지배한 드럼머신이나 시퀀서 같은 몇몇 악기가 있었다. 이 두 가지가 아니면 전자음악은 순수한 청각적 쾌락(혹은 충격)을 겨냥하거나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려 ‘사운드’의 외연을 끊임없이 넓히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편, 명백하게 일렉트로니카의 연장선상에 존재하는 스크린스의 음악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바는 이와 사뭇 다른데, 먼저 〈시대상〉이라는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들의 음악에는 뼈와 살로 된 인간-관찰자의 시점이 진하게 배어있다. ‘투견장’에서는 분노, ‘그 정도 요령’에서는 안도 혹은 위로, ‘사슴 이야기’에서는 조용한 절망, ‘기분이 좋다’에서는 맥주 냄새가 풍기는 사뿐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이들의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넘버는 타이틀곡 ‘시대상’으로, “농담에 서툰 이는 고된 시간을 보낼 새벽이 오네 (…) 연고 없는 이의 이야기 낯설지가 않게 느껴지네”라는 가사는 의도적으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서 기대하는 형식적 쾌감을 흩뜨려놓기 위해 지극히 문어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철저히 개인화된 2020년대 감상 경험의 중심에 “이 시대 속에 저마다의 고독은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몰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루키가 전달하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는 형식적-내용적 도전이 모두 담긴 이 EP에는 스크린스의 욕심과 충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충돌은 무대에서 모두 각자의 강한 에고를 드러내는 두 아티스트에게서 비롯되기도 하며 장르적 충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이 대중음악의 유산을 온전히 물려받아 자신들만의 날개를 다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음악평론가 정주훈

 

스크린스-시대상 [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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