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김준수가 판소리 완창 프로젝트 '수궁가' 를 발매했다.
용왕의 기구(寄軀로)되 괴이한 병을 얻어
수정궁의 높은 집에 벗없이 누었은들
화타(華陀) 편작(扁鵲)이 없었으니
어느 누구가 날 살릴거나
웅장헌 용성(龍聲으)로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뜻밖에 현운(玄雲) 흑운(黑雲)이
궁정을 뒤덮고 폴풍세우가
사면으로 둘루더니
선의도사가 학창의(鶴 衣) 떨쳐입고
궁전을 내려와
재배 이진(再拜而進) 왈(曰)
"약수(弱水) 삼천리에 해당화 구경가
백운 요지연의(白雲瑤池宴)
천년벽도(千年碧桃)를 얻으랴고
가옵다가 과약풍편(寡弱風便
아주 약하게 떠도는 소문)에 듣싸오니
대왕의 병세가 만만(萬萬)
위중타기로 뵈옵고저 왔나이다."
용왕이 반기허사, "원컨데 도사는
나의 맥(脈)을 보아 황황으(이)
나의 병세에 특효지약을
자세히 일러 주시옵소서."
왕이 팔을 내어주니 도사 앉어 맥을 볼제
심소장(心小臟)은 화(火)이요.
간담은 목(木이)요
폐대장은 금이요 신방광 (腎膀胱) 수요.
비위(脾胃)난 토(土)라.
간맥(肝脈)이 태과(太過)허여
목극토하였으니 비위가 상하옵고
담성(痰聲)이 심허니
신경이 미약허고 폐대장이 왕성허
간담경자진(肝膽驚自盡)이라
방서(方書)에 일렀으되 비내 일신지
조종(脾乃一身之操縱)이요,담은 내일신지
표본이라 심정(心情) 즉,만병이 식허고
심동 즉 만병이 생하오며 신경 곧 상하오니
무슨 병이 아니날까
오로칠상(惡露七傷)이 급하오니
보중탕(補中湯)을 잡수시오.
숙지황 주호 닷돈이요
산사육(山査肉) 천문동(天門冬)
세신(細辛)을 거토(去土)
육종용택사(肉종용택사 앵속화
각 한돈 감초 칠푼
수일승 전반 연용(水一升煎半連用)
이십여첩 쓰되
효무 동정(效無動靜)이라 설사가 급하오니
가감백출탕(加減白朮湯)을 잡수시오.
백출을 초구하야 서돈이요
사인을 초구(炒灸:뜸질)하야
두돈이요 백복령(白茯笭) 사향 오미자
해황 당귀 천궁, 강활 독활(獨活) 각 한돈
감초 칠푼 수일승전반 영욘 사십여첩을 쓰되
효무동정이라 신롱씨
백초약을 갖가지로다
쓰랴다는 지려 먼저 죽을테니
약을 한데 모일적으 인삼은 미감(味甘
맛 보기)허니
대보원기허고 지갈생진(止渴生
갈증을 그치게 하는 생즙)허면
조영양위(造榮養胃
처음부터 위를 잘 다스려야)로다.
창출(蒼朮) 감온허니 건비 강위허고
제사재습(第四除濕)허고
겸치난비(兼治亂飛)라
감초는 감온(甘溫)허니 구즉 온중(灸則溫中
부드럽고 따뜻한 가운데 즉시뜸질)허고
즉사하 (生則瀉下
즉시 아래로 설사하고)로다.
침구로다 다스릴제 천지지상경(天地之上經
하늘과 땅 높게 날으리)이며
갑인 갑술시 담경유수(膽經幽遂)로주고
을일유시에 대장경 사약을 주고
영구로 주어보자
일심맥 이조해 삼외관 사임(四任)에
육공손(六恭遜) 칠후계(七後繼)
팔내관(八內觀)
구혈기(九血氣) 삼기(생기다)부치
팔물탕 자맥(自脈)을 풀어주되
효험이 없으니 십이경 주어보자
심장염천 천돌구미 거골
상원 중원 하원 신관(腎管) 단전 골육을 주고
족태음 비경(足太陰脾經) 삼음교(三元敎)
음능천(음낭천)을 주어보되
아무리 약과 침파(鍼破
침으로 종기를 쨈)를 허되
병세 점점 위중토다.
도사 다시 맥을 볼제
"맥이 경동맥이라 비위맥이 상하오면
복중으로 난병이요 복중이 절여
아프기난 화병으로 난병인되
음황 풍병(淫荒風病)이라
여섯가지 기운이 동허야
손기산기(損氣疝氣)난 정음(正陰)이요
진경에 미(迷)난 정양이라
의무화동(醫務和同)
황달을 겸하였사오니 진세(塵世)산간으
토끼간을 얻으면 차효가 있으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오면
염라대왕이 동성삼촌이요
동방삭이가 조상이 되어도
누루황 새암천 돌아갈 귀 허였소."
용왕이 왈, "신롱씨 백초약은
어찌약이 아니되옵고
조그만한 진세
토끼 간이 약이라 하나이까 ?
" 도사 왈, "용왕은 진이요 토끼는 묘라
묘을손은 음목(卯乙損陰木)이요
간진술은 양토(陽土)라 하였으니
어찌 약이 아니되오리까"
수궁에는 토끼가 없는지라
용왕이 탄식을 하시는디
왕 왈 "연하다 수연(雖然
비록 그러하지만)이나
창망헌 진세간으 벽해 만경(碧海萬頃)밖으
백운이 구만리요 여산송백(驪山松柏) 울을
창창 삼척고분
황제으 묘(三尺孤憤 皇帝墓)라
토끼라허는 짐생은 해외일월으 밝은 세상
백운청산 무정처로 시비없이 다니넌 짐생을
내가어찌 구허리까 죽기는 쉽사와도
토끼는 구허지 못허겠으니
달리 약명을 일러를 주오."
도사 엿짜오되, "용왕의 성덕(盛德)으로
어찌 성공지신이 없사오리까 ?"
말을 마친 후
인홀불견 간 곳이 없지 용왕이
그제야 도승인줄 짐작허고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사례후에,수국 조정 만조백관을
일시에 모이라 허니
이 세상 같고보면 일품
제상님네들이 들어오시련마는
수국이라 물고기 등물들이
각각 벼슬이름을 맡어
가지고 들어오는디, 가관이었다.
승상은 거북 승지는 도미 판서 민어
주서 오징어 한림박대 대사성 도루묵
방첨사(蚌僉使
내시부의 종삼품 벼슬) 조개
해운군 방개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홍어 조부장 조기 부별 낙지
장대 승대(성대) 청다리 가오리
좌우나졸 근근 모조리 상어
솔치 눈치 준치 멸치 삼치 가재
개구리까지 명을 듣고 어전에 입시허여
대왕에게 절을 꾸벅꾸벅
김준수가 이번 앨범에서 선보일 소리는 전남무형문화재 29-4호 판소리 미산제 '수궁가'다. 그가 판소리에 입문하며 스승인 박금희(본명 박방금) 명창으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소리이기도 하다.
용왕이 우연이 병을얻어 도사가 내려와 용왕의 맥을 짚어 토끼간이 약이라고 하자 수궁의 어전신하를 한데 모으는 대목까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