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MV/가사》

Posted by 호루개
2020. 5. 5. 12:49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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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

그룹 전산실의 청개구리가 EP앨범 [난 정말 몰랐어]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 바닥에 내려놓으니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 바로듣기

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 가사

너를 바닥에 내려 놓으니

빙글 뒤집어 놓기가 무섭게

나를 보다가 살짝 찡그린

얼굴 보고선 안아 주려는데


넌 달아나

너를 낳은 손에게서

멀어져가

걱정 많은 눈에게서


너를 잡으려 다가가보니 

그 작은 손으로 나의 큰 손을 밀쳤네

너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내 작은 마음도 내려 놔야만 해

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

풋내기 아버지의 경이로운 성장기

전산실의 청개구리 [난 정말 몰랐어]



아무리 출산율 감소나 인구 절벽과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태어나는 일은 누군가가 죽는 일만큼이나 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에 있어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더군다나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 생명을 출산해내는 일은 다른 어떤 순간과도 감히 견줄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일상 언어로 차마 표현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일이다. 최초의 노래는 그런 순간에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상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음계와 리듬과 같은 추가적인 수단을 가져온 것이 노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티비 원더는 ‘Isn’t She Lovely’를, 김광석은 ‘자유롭게’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새 생명은 탄생하는 순간에만 우리에게 이러한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가 성장하며 정말로 어떤 존재가 되어가는 모든 순간이 충분히 경이로울 만하다. 이 모든 순간을 단 한곡의 노래로 표현할 수는 없기에 ‘전산실의 청개구리’는 EP앨범을 만들었다. [난 정말 몰랐어]는 그렇게 탄생한 앨범이다.


‘난 정말 몰랐어’는 ‘전산실의 청개구리’의 멤버 ‘한치’가 자신의 아이를 만나 일 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육아를 경험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앨범은 태아의 심장박동소리로 시작된다. 첫 트랙 ‘난 정말 몰랐어’에는 아이의 초음파 검사 당시 심장박동 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초음파로만 만날 수 있었던 아이가 작은 손톱, 입술, 눈썹, 귓불, 손가락, 혓바닥, 눈동자, 귓바퀴를 온전한 형태로 지니고 태어난 것을 실제로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인 화자는 진짜 이토록 온전한 사람이 태어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과 안도감을 담은 탄성을 내뱉을 수 있게 된다. 다음 트랙 ‘바닥에 내려놓으니’는 그 아이가 나와 독립된 인격체임을 확인하는 순간을 표현한 곡이다. 조금 자란 아이를 바닥에 두니 아이는 자신을 낳은 손을 밀쳐내며 멀어지는 동작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며 화자는 성장하며 점점 자신과 멀어질 아이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한 편, 아무도 가 본 적 없는 곳까지 가능성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길 바라기도 한다. ‘위태롭게 움직이는 게’의 노랫말은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다. 상 모서리를 짚고 일어서고, 벽을 잡고 걸음을 걷는 아이를 보며 화자는 위태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성공해낼 것이다. ‘긴 잠’이 그려내고 있는 장면처럼 평화롭게 잠이든 동안에 아이는 꿈을 꾼다. 화자는 영원히 그 꿈의 내용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되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와 멀어지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인걸까.


3번 트랙 ‘이런 노래’의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치’는 아이가 잠든 밤에야 이 노래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되어 아이를 위한 노래를 만드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일이지만 아버지의 삶은 고단하다. 경제활동과 육아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루를 보낸 뒤에 잠을 줄여서야 이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되는 일의 진정한 어려움은 서툶으로부터 비롯된다. 아이에게 삶이 처음이듯, 그에게 아버지가 되는 경험 역시 처음이기에 그는 매 순간이 놀랍고 두렵고 아쉽다. 본작 [난 정말 몰랐어]는 아이의 성장기라기보다는 부모의 성장기라 볼 수 있다. 평범한 한 인간이 아이의 출산과 성장을 바라보며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는 방법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서히 멀어지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앨범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가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 경외감과 안도감 사이의 감정(난 정말 몰랐어)과 서운함과 대견함 사이의 감정(바닥에 내려놓으니, 위태롭게 움직이는 게, 너의 긴 잠)들은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전산실의 청개구리’는 변화무쌍하고 독창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표현해낸다. 필자는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의 탄생이 우리의 삶에 그러하듯, 본작의 탄생 역시 경이로 가득한 사건이라고.


전산실의 청개구리-바닥에 내려놓으니《MV/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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