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경-그대는 총천연색《MV/가사》
신해경-그대는 총천연색
신해경이 첫 정규 앨범 [속꿈, 속꿈]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 그대는 총천연색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신해경-그대는 총천연색 가사
오늘은 그대만큼 따뜻해요
어두운 밤 그대처럼 깊어지면
눈을 감고 그댈 잠시 불러봐요
이런 내 마음 알고 있니?
이제는 기다리지 않을테요
하지만 다시 만날 그곳에선
잠시라도 좋으니까 함께할래
이런 내 마음 알고 있니?
신해경 [속꿈, 속꿈] 신해경-그대는 총천연색
비치 보이스, 어떤날,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그 누구도 아닌 신해경에게서 탄생한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어떤 말도 바꿀 수 없는 세계 그 속에서 약속한 끝이 없는 기쁨의 재회 [속꿈, 속꿈]
[속꿈, 속꿈]은 2017년 신해경이 첫 EP [나의 가역반응]을 발표한 후 3년 만에 공개하는 첫 정규 앨범이다. 앨범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어떤 말도 바꿀 수 없는 우린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 끝이 없는 기쁨 속에서” 끝난다. [속꿈, 속꿈]은 33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이 사이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2017년, 신해경의 등장은 인디 신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더 미러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을 몇 장 낸 게 전부인 음악가가 데뷔 EP [나의 가역반응]을 발표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2주 만에 CD 초판을 절판시켰다. 발매 한 달 뒤에 카페 아이다호에서 열린 게릴라 공연은 어쩔 수 없이 입장을 제한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몰렸다. 당시 인디 신에서는 유례없는 일이었다.
초판이 팔리는 속도에 놀라 서둘러 재판을 찍고, 급히 코가손의 기타 이기원을 세션으로 영입해 라이브를 준비하고, 처음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을 돌려보내고, 페스티벌 섭외에 얼마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구멍에 빠진 앨리스처럼 갑자기 둘 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에 급작스레 발을 디뎠다. 두드려 보지도 못하고 나무다리를 서둘러 건넜다. 결국 4개월 만에 싱글 [명왕성]을 발표하고 신해경과 내게 번아웃이 찾아왔다. 혼자 집에서 음악만 듣고 만들던 신해경도, 다른 일을 병행하며 일렉트로닉 음악 중심의 작은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했던 나도 완전히 지쳤다. 서로 만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서 이유를 찾던 나와 신해경은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됐다. 이후 신해경은 다른 레코드 레이블에서 [담다디]와 [그대의 꿈결] 두 장의 싱글을 발표하고 이제 혼자 [속꿈, 속꿈]의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준비 중 하나가 내게 앨범 소개 글을 맡기는 일이었다. 웃긴 녀석.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 부담과 기대를 동시에 품으며 앨범을 전달받아 들었다.
[속꿈, 속꿈]은 어슴푸레 눈을 뜨는 듯한 사운드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익숙한 가사. [나의 가역반응]의 마지막 곡 ‘화학평형’에서 가져온 가사다. ‘화학평형’의 흔적은 다음 곡 ‘그 후’에서 더 선명하다. ‘화학평형’의 인상적인 기타 리프와 일부 가사를 그대로 가져온 ‘그 후’는 [나의 가역반응] 발표 후 3년의 세월을 아무렇지 않은 듯 [속꿈, 속꿈]으로 잇는다. 다음 곡 ‘어떤날’은 밴드 어떤날이 가사에 등장하는, 어떤날의 노래처럼 들리는 노래다. 전에 발표했던 싱글 ‘담다디’를 통해 이상은을 호출했던 그는 ‘어떤날’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뿌리를 과감하게 드러내며 앨범을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앞에 세 곡의 제목을 읽으면 앨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됐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타이틀 곡 ’그대는 총천연색’은 앨범을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곡이다. ‘오늘’, ‘밤’, ‘기다림’, ‘잠시’, ‘순간’ 등 시간을 드러내는 표현 속에 신해경 가사의 시그니쳐라 할 수 있는 ‘그대’는 비치 보이스처럼 풍부한 사운드 속에서 총천연색으로 빛난다. 안타깝게도 신해경은 그대를 잡을 수 없고 이는 ‘독백’으로 이어진다. 단출한 사운드에 앨범에서 가장 어두운 곡인 ‘독백’은 그다지 밝다고는 할 수 없는 앨범을 바닥까지 끌고 내려간다. 거기엔 꿈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을 연상시키는 지글지글한 노이즈의 기타 연주곡 ‘접몽’을 통해 앨범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꿈에서 만난 그대, ‘그대의 꿈결’은 선공개되었던 싱글로, 앨범에는 김사월의 피쳐링 보컬 없이 모든 노래를 신해경이 불렀다. 신해경 표 사운드라 할 수 있는 아름답고 드라마틱한 곡이다. ‘그대는 총천연색’, ‘그대의 꿈결’. 그대로 시작하는 두 개의 곡, 앨범의 제목 [속꿈, 속꿈]부터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꿈의 이미지는 앨범의 주제를 드러낸다. 꿈속의 세계에서 헤매며 서서히 앨범은 종반을 향해가고 있다. ‘크로커스’는 덤덤한 왈츠 리듬 위에 90년대 가요의 멜로디가 얹힌 곡이다. 어쩌면 곡에서 말하는 꿈은 우리 모두의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곡을 들으며 새삼 생각해 본다. [속꿈, 속꿈]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감정선을 따라 들을수록 감동이 배가 되는 콘셉트 앨범이다. 당신이 처음부터 여기까지 집중해 앨범을 들었다면 조금은 지쳤을지도 모르겠다. 신해경의 노래에서 화자는 외롭고 슬프지만 그대는 언제나 멀리 있고 기다려야 하고 꿈에만 찾아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슬픈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마지막 곡 ‘꽃 피는 계절처럼’은 지금까지 쌓아온 감정을 터트리고 견디기를 다짐하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낙관하는 곡이다. 이 곡은 [나의 가역반응]의 ‘화학평형’처럼 감정의 진폭을 사운드로 드러내는 데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렇게 [속꿈, 속꿈]은 기약할 수 없는 희망으로 마무리된다.
[속꿈, 속꿈]은 구성의 측면에서 [나의 가역반응]의 다음 편이자 확장 편으로 들리기도 한다. [나의 가역반응]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신해경은 [속꿈, 속꿈]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확장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속꿈, 속꿈]은 그의 앞에 붙던 다른 음악가가 아닌 신해경을 통해 탄생한 앨범이다. 앨범 들으며 떠오르는 순간이 여럿 있었다. 신해경과 함께 했던 기쁘고 힘들었던 순간, 고민과 방황을 전해 듣던 순간, 앨범이 완성된 후에도 발매일을 미뤄야만 했던 순간 등. 나로서 이러한 순간을 배제하고 이 앨범을 듣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와 상관없이 [속꿈, 속꿈]은 신해경이라는 치열한 음악가가 현재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솔직하고 과감하게 보여준 아름답고 황홀한 앨범이다. 이 글을 읽는 그대가 끝이 없는 기쁨 속에서 신해경과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글/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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