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귤꽃 (Citrus Flower)《가사/듣기》

조준호-귤꽃 (Citrus Flower)

싱어송라이터 조준호 (Zozno)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 그 아홉 번째. "귤꽃"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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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귤꽃 가사

어디선가 아카시아 향기가 풍겨오면

넌 물었지 혹시 귤꽃향을 아는지?

매년 봄 너의 작은 동네엔 달콤한

귤꽃 향기가 가득했다고

'그랬구나' 답하고 캔맥주 한 모금 마시면

넌 이미 눈을 감은 채

깊이 들이마시는 공기에 나도 빨려 들어가

너의 기억이 되고 싶어

한 철 진하게 향기로운 기억은

마치 어느새 사라져 버린 어린 시절 같아

기억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다가

떠오르면 잠시 멍해지는

어린 봄에 바라보던 저 달은 여전한데

우린 왜 이리 변했는지

보리밭 감싼 저 돌담길 따라

귤꽃향 맡으러 가자

조준호-귤꽃 (Citrus Flower)

싱어송라이터 조준호가 '음악으로 쓰는 기행문' 그 아홉 번째. 귤꽃(Citrus Flower)

작년 봄, 제주도 산방산 근처에서 공연이 있었습니다. 제주까지 절 불러준 분들과 저녁을 먹은 뒤, 잔뜩 핀 벚꽃 길을 따라 걷던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귤꽃 이야기를 꺼냈는데 저만 빼고 모두 신이 나서 떠들던 기억이 납니다. 다들 저에게 귤꽃 향기를 설명해 주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아카시아 향기랑 비슷하지만, 그보다 얼마나 더 달콤한 향인지.

얼마나 더 강렬한지... 특히 한창 귤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동네 전체에 은은한 향이 퍼져 운전할 때도 창문을 열고 킁킁거리며 달린다는 말이 얼마나 제 상상력을 자극했는지 모릅니다.

그 이후로 제주가 고향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저는 귤꽃향을 아는지 물어보곤 했는데요, 누군가는 제주에 산다고 해도 귤꽃을 본 적은 없다고, 또 누군가는 귤꽃이 피는 5월마다 꼭 제주에 가서 그 향을 맡고 온다고도 하였습니다. 본 적도 없는 귤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저는 제 것이 아닌 기억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올해 봄, 그토록 궁금해하던 귤꽃을 보기 위해 다시 제주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향을 처음 맡던 순간 저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제 추억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향기였지만, 그런데도 멍해지던 그 순간을 노래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 달콤한 향기로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누군가가 정말 부러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사 조준호(Zozno)

작곡 조준호(Zozno)

편곡 박준하(Park Joonha)

조준호-귤꽃 (Citrus Flower)《가사/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