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읽을 수 없는 책《MV/가사》

Posted by 호루개
2019. 12. 16. 18:28 최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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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읽을 수 없는 책

루시드폴이 신보 앨범 [너와 나]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 읽을 수 없는 책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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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읽을 수 없는 책 가사

긴 시간 동안

늘 내 곁에 있었던

하지만 아무것도

나는 읽을 수 없는,


읽을 수 없는

하지만, 펼쳐도 펼쳐도

한없이 펼쳐지는

치자 꽃잎 같은

너라는 책 한 권


다만 그 속엔

수많은 너와 나의 기억

뜨겁게 설렌 여름도

차갑게 불어닥치던 

겨울바람도

루시드폴-읽을 수 없는 책

지금 이 순간, 반려견 보현의 소리와 빛을 기록한 앨범

너와 나, 우리의 소리를 재구성하여 새롭게 창조한 사운드스케이프



루시드폴의 신보 [너와 나]는 반려견 보현과의 콜라보로 완성한 전례 없이 기묘하고 독창적인 앨범이다. 책 너머 우리를 골똘하게 응시하는 보현의 얼굴을 작품집 전면에 실음으로써 이번 앨범에서 보현이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넌지시 알린다.

이 세상에 반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집은 많다. 그러나 반려 동물과 대등한 파트너로 함께 작업한 작품집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동시에 지극히 아름다운 몽상을 루시드폴은 어떻게 현실화했을까?



시작은 출판사에서 보현의 사진집을 제안한 것이었다. 마침 앨범이 나오는 해에 자신의 작업이 유기견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더해서, 루시드폴은 사랑하는 반려견 보현의 앨범을 만들기로 했다.

보현의 빛은 10년 동안 보현을 꾸준히 찍어온 필름 사진들 속에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보현의 소리는? 음악 안에 담을 수도 있지 않을까? 보현의 소리를 재료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보현과 함께 음악을 만든다면, 얼마나 멋질까!


컴퓨터와 디지털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 보현의 소리를 음악의 적극적인 주체로 변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보현이 콜라비를 먹는 소리를 가공, 변주해보았다. 음색과 리듬이 충분히 음악적이고 근사했다. 그래서 계속 나아갔다.

보현이 일으키는 모든 소리를 채집하고, 보현을 둘러싼 주변 소리들도 받아서, 채집한 소리들의 가공, 변주를 도와줄 디지털, 아날로그 장비를 채비하여 소리들을 조합해보았다. 보현의 몸짓, 목소리가 드럼, 베이스, 키보드가 되고, 리듬과 멜로디로 재탄생하는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콜라비는 보현이 맛있게 연주하는 악기로 변했다. 빗소리, 새소리, 파도 소리, 바람 소리가 담기고, 저 먼 스웨덴에서 음악가 루드빅 심브렐리우스(Ludvig Cimbrellius)가 스웨덴의 새소리, 사람들 목소리, 호수와 바다 소리를 실어 보냈다. 나아가 보현은 작은 카메라를 등에 달고 직접 영상까지 찍었다.


음악적인 관심이 소리, 음향으로 깊어지게 된 계기는 작년에 찾아왔다. 농사를 짓다가 손가락을 다친 것이다. 꽤 오랫동안 기타를 잡지 못하면서 지금까지의 작법 - 어쿠스틱 악기의 내추럴한 울림을 따라 음악을 구상하고 발전시킨 - 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법이라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음악가로서 힘든 시간이었다.

이 즈음 테일러 뒤프리(Talyor Deupree)의 인터뷰를 읽었고, 뉴욕에서 시골로 이사하여 소리를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조용하고 미묘하게 사운드가 움직이는 그의 앰비언트 곡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작곡의 시작부터 기계와 협업한다면 다친 손가락을 쓰지 않고도 어쩌면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는 힌트를 얻어, 모듈러 신스 (modular synth), 샘플링, 필드 레코딩(소리 채집), 그래뉼라 신테시스 (granular synthesis)를 공부해나갔다. 자신의 작업실을 ‘고요연구소’라 이름 붙이며, 연구원으로 일했던 시절과 꼭 같이, 2년 동안 쉼 없이 새로운 기계들을 실험했다.

‘산책갈까?’는 레코더를 들고 산책을 나가면서 곡 작업이 시작됐고, ‘너와 나’는 모듈러 신스 앞에 앉은 순간부터 작곡이 시작된 것과 다름 없었다. 작곡의 시작점이 곡마다 다르고, 사용한 도구와 풀어내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작곡의 폭과 스케일, 사운드 스케이프가 크게 확장되었다. 손가락을 다쳤기에 역설적으로 지금까지의 작법을 뛰어넘어서 해방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일까, 신보에 실린 열두 곡은 한 아티스트가 이 모든 걸 창작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 성격, 분위기가 제각각이고 개성 넘친다. 곡들의 탄생 과정과 감상을 하나씩 소개하기에 앞서, 크게 1. 너의 노래 2. 나의 노래 3. 너와 나의 노래로 나뉜다는 걸 일러둔다.


1. 보현은 어떤 마음일까? 를 상상하면서 만든 노래들이다. 세 명의 다른 해석자(인터프리터)가 보현의 목소리가 되어준, ‘두근두근’,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I’ll always wait for you’. 그리고 ‘콜라비 콘체르토’가 이에 해당한다.

2. 루시드폴의 마음을 본인이 부른 노래들이다. ‘길 위’, ‘읽을 수 없는 책’, ‘불안의 밤’, ‘뚜벅뚜벅 탐험대’가 있다.

3. 보현과 루시드폴을 둘러싼 것들이 영감을 준 연주곡들이다. ‘봄의 즉흥’, ‘눈 오는 날의 동화’, ‘산책갈까?’, ‘너와 나’가 해당된다.


[ TRACK LIST ]


1. 산책 갈까? (feat. Ludvig Cimbrelius)


2. 길 위


3. 두근두근 (feat. CHAI)


4. 콜라비 콘체르토


5. 봄의 즉흥


6. 읽을 수 없는 책

인간에게 반려견은 한 권의 읽을 수 없는 책이라고, 함께 보낸 시간들이 켜켜히 쌓여 있지만 정작 페이지를 열면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는 너, 라는 말이 슬프고 아련하다. 하지만 내내 깔리는 부드러운 스트링 선율은 마치 보현의 판토마임처럼 가수와 함께 노래하며 우리를 위무한다. 우리는 같이 했던 기억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432Hz로 낮춰서 튜닝한 연주는 곡의 온도를 사람의 체온에 가깝게 끌어내림으로써 마음에 따스하게 와 닿는다.


7. 눈 오는 날의 동화


8.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feat. 정승환)


9. 불안의 밤


11. 뚜벅뚜벅 탐험대


12. 너와 나


루시드폴-읽을 수 없는 책《MV/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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