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근-자각몽 / 허수아비《가사/듣기》

Posted by 호루개
2020. 4. 22. 12:19 최신음악/발라드, 랩, Hip-Hop
반응형

최예근-허수아비 / 자각몽

최예근이 1st 정규앨범 [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 허수아비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최예근-자각몽 / 허수아비 바로듣기

최예근-허수아비 가사

언제부턴가

내방 창가 앞에

먼지 쌓여가는 장난감

두세 달 고민하고 작정했던 책들이 쌓이고


지겨워 몸서리쳐

이번에도 나 혼자 시작도 못하고 끝냈지


Cause I'M NOT AWESOME

DAMN, NOT BE COOL

You know, I'm diligent

But, I'VE DONE ENOUGH 

TO DO IT MY SELF

최예근-자각몽 / 허수아비

최예근 1st 정규앨범 [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

세월이 흐를수록 대중과 미디어가 아티스트에게 기대하는 바도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노래만 잘해도 인정받았지만, 본인의 곡을 직접 작곡하는 능력까지 겸비한 이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이후, 싱어송라이터가 보편화되자 자기만의 서사를 표현해낼 줄 아는 아티스트를 원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최예근은 현재의 흐름에 최적화된 아티스트라 할만하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2’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래,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발전된 모습을 선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발표하는 첫 번째 정규앨범 [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역량과 면모를 드러낸다.



최예근이 어떠한 간섭도 받지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자 노력한 이번 앨범엔 아티스트로서의 고민, 자아성찰,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시선, 인간관계 등등, 폭넓고 진중한 주제의식이 담겼다.

온전히 자신을 투영한 앨범을 만들며 느꼈을 설렘과 불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자각몽”,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 혹은 타인의 세계로부터 도망치는 세상에서 도망치는 법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고릴라”,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성폭력과 학대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 [도가니]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까만 얘기”,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쉽게 말하지 못한 상처와 고민을 동그랗고 밝게 뜬 슈퍼문에게 몰래 털어놓는 “Supermoon”, 많은 이와 부대끼며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온전한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고찰을 녹인 “내가 서 있는 곳” 등은 대표적이다.


특히, 이상의 여러 주제가 산발적으로 흩어져있지 않고 하나의 큰 서사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좀처럼 편히 잠들지 못하며 광범위한 상상의 세계에 지배받는 현실로부터 비롯한 “자각몽”을 시작으로 마지막 곡인 “내가 서 있는 곳”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의식과 견해의 흐름을 따라 펼쳐진다. 최예근이 이번 앨범의 구성적인 측면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팝, 알앤비, 일렉트로닉, 재즈 등등, 그동안 최예근이 영향받고 시도해온 장르가 적절히 융합된 프로덕션과 그에 맞춰 전개한 보컬도 탁월하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미 알앤비 사운드의 영향이 느껴지는 “자각몽”, 능수능란하게 리듬을 밀고 당기는 한편, 강약을 조절해가며 전개하는 보컬에서 흡사 시대를 풍미한 한국대중음악계 디바들의 포스가 느껴지는 “Unbalance”, 이미 2016년에 싱글로 발표했던 곡을 새롭게 편곡했지만, 여전히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 라인과 온몸을 휘감는 가창력이 돋보이는 “까만 얘기”, 스무스 재즈까지 섭렵한 보컬이 놀라움을 안기는 “알아” 등은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데뷔한 시기를 생각하면, 다소 늦은 정규 1집이지만, 음악을 다 듣고 나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아니 걸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탁월한 보컬, 탄탄한 프로덕션, 단단한 서사, 최예근은 [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를 통해 아티스트로서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라섰다.


1. 자각몽


『 “스위치로 전등을 꺼버리듯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 몸을 뒤척이는 새벽이 길어질 때면, 평소보다 더 광범위한 상상의 세계가 나를 지배한다.” - [갈 곳을 잃어도 어디든 흘러갈 수 있게] Physical album Story 中』

스스로의 힘으로 정규를 만들겠노라고 마음을 정하고선, 어떤 간섭도 나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의 불안정하면서도 들뜨는 마음과 많이 닮은 곡입니다. 


이 모양 저 모양 여러 빛깔로 색을 칠해보고, 날개를 달아 날려보고, 물을 주어 자라나게 하고, 원한다면 잠시 머무르는 바람이 되어보고, 볼품없이 져버려도 다시 새로운 봉우리가 움틀 꽃이 되어보기도 했답니다. 의지만 있다면 스스로 어디로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었지만, 사실 그건 언제든지 깨버릴 수 있는 꿈속 어딘가에 알 수 없는 흐릿한 존재를 향한 휘청거리는 뜀박질일 뿐이었어요. 


그렇지만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갈 곳을 잃어도 다시금 제 모양에 맞게 흐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앨범을 그려내고 칠하는 과정을 든든하게 살펴주고 돌봐준, 이 앨범을 끝까지 이끌어준 곡입니다.


"가끔 마주칠 까맣게 물든 어둠을 지나 아침이 오면 다른 오늘이 될 테니"


최예근-자각몽 / 허수아비《가사/듣기》

반응형